마크헌트의 국적은 뉴질랜드이다. 하지만 본인은 사모안이라는 자부심이 더 강한데, 오죽하면 일본에서 활동하던 시절의 닉네임이 '사모아의 괴인'이고 UFC 진출 당시엔 '슈퍼 사모안'으로 했을까? 사실 후자는 마크헌트가 워낙 드래곤볼 덕후라서 슈퍼 사이어인 대신에 슈퍼 사모안으로 붙인거라고 한다.(이 양반이 괜히 일본 덕후가 아니다...실제로 잠깐이나마 욱일기 티셔츠 입고 찍은 사진도 있어서 논란이 되기도 했던)
필자가 운영하는 이 블로그의 닉네임도 슈퍼사모안이니, 이번 글에서는 격투기와는 별개로 사모아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가볍게 알아보는 시간을 갖겠다. 사모아는 남태평양 한가운데 자리한 폴리네시아 국가로, 아름다운 자연환경뿐 아니라 독특한 공동체 문화와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들로도 잘 알려진 나라다. 특히 사모아계 선수들은 럭비·미식축구·프로레슬링뿐 아니라 복싱과 킥복싱, MMA에서도 상당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아래에서는 사모아의 기본적인 특징부터 사모아계 유명 선수들, 그리고 실제 여행할 때 알아두면 좋은 정보까지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살펴보겠다.
1. 남태평양의 섬나라 사모아 — 자연과 전통이 공존하는 나라



사모아는 남태평양에 위치한 폴리네시아 국가로, 뉴질랜드에서 북동쪽으로 약 2,900km, 하와이에서 남서쪽으로 약 4,200km 떨어져 있다. 사모아 제도의 서쪽 부분을 차지하는 독립국이며, 동쪽에는 미국령인 아메리칸사모아가 있다. 따라서 '사모아'와 '아메리칸사모아'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같은 사모아 제도에 속하지만 서로 다른 정치적 지위를 가진 지역이라는 점을 먼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사모아의 면적은 약 2,830㎢이고 수도는 우폴루섬 북쪽 해안에 자리한 아피아(Apia)다. 2024년 기준 인구는 약 21만 8천 명으로 집계된다.
사모아는 여러 섬으로 이루어진 화산성 군도이며, 가장 중요한 두 섬이 우폴루(Upolu)와 사바이이(Savai'i)다. 수도 아피아가 있는 우폴루는 인구가 집중되어 있고 국제공항과 주요 관광시설이 자리한다. 반면 사바이이는 사모아에서 가장 큰 섬으로,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고 화산지형과 열대우림이 잘 보존되어 있다. 사모아 전체의 지형은 해안의 아름다운 산호초와 백사장, 내륙의 열대우림과 산악지형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사바이이의 실리실리산은 약 1,860m로 사모아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사바이이에서는 1905~1911년 마타바누산의 화산활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민족적으로는 폴리네시아계 사모아인(Samoan)이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사모아어와 영어가 공용어다. 종교적으로는 기독교의 영향이 매우 강하다. 하지만 사모아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파아 사모아', 즉 '사모아의 방식'이다. 개인보다는 가족과 공동체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마을의 추장과 가족 공동체를 중심으로 사회가 운영되는 전통이 지금도 상당 부분 유지되고 있다. 전통적인 춤과 음악, 문신인 타타우, 전통 가옥인 팔레 등도 사모아 문화를 대표한다. 사모아 관광청은 이러한 생활방식이 3,000년 이상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한다.
2. 사모아계 운동선수들 — 왜 격투기와 접촉 스포츠에서 강한 모습을 보일까?



사모아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스포츠다. 사모아와 사모아계 디아스포라에서는 럭비와 럭비리그, 미식축구, 프로레슬링뿐 아니라 복싱과 킥복싱, MMA에서도 유명한 선수들이 꾸준히 등장했다. 다만 여기서 '사모아 출신 선수'와 '사모아 혈통 선수'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유명한 사모아계 선수 상당수는 사모아에서 태어나 성장한 것이 아니라 뉴질랜드, 미국, 호주 등 사모아계 이민자 공동체에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격투기에서 대표적인 인물이 필자가 수없이 언급하고 현재도 가장 좋아하는 파이터인 마크 헌트다.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사모아계 선수인 헌트는 K-1에서 활약한 뒤 PRIDE와 UFC에서 활동하며 세계적인 헤비급 파이터가 됐다. 특히 2001년 K-1 월드 그랑프리 우승으로 킥복싱 역사에도 이름을 남겼으며, 강력한 펀치와 뛰어난 맷집으로 'Super Samoan'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다.
맥스 할로웨이 역시 대표적인 사모아계 MMA 선수다. 하와이에서 태어나 성장한 그는 하와이 원주민과 사모아계 혈통을 가지고 있으며, UFC 페더급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로 활약했다. 이 밖에도 사모아계 복싱 선수로는 전 WBO 헤비급 챔피언 조지프 파커,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데이비드 투아 (투아같은 경우는 마크헌트랑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한다! 그 반은 일단 싸움에서만큼은 먹고 들어가겠네...)등이 있고, K-1에서는 레이 세포 역시 사모아계 선수로 유명하다. 프로레슬링에서는 사모아계 혈통을 가진 드웨인 '더 락' 존슨을 비롯해 여러 유명 선수들이 등장했다.
그렇다면 왜 사모아계 선수들이 격투기와 럭비 같은 종목에서 많이 보일까? 이를 단순히 '사모아인의 신체적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오히려 문화적·사회적 환경을 함께 봐야 한다. 사모아와 뉴질랜드·호주·미국의 사모아계 공동체에서는 럭비와 럭비리그 등 신체 접촉이 강한 스포츠가 오랫동안 중요한 스포츠 문화로 자리 잡았다. 특히 뉴질랜드와 호주에 형성된 대규모 태평양계 공동체가 선수들에게 스포츠 진출의 기반을 제공했고, 럭비를 통해 만들어진 체력과 경쟁 경험이 다른 접촉 스포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연구에서도 뉴질랜드의 사모아계 공동체에서 럭비가 문화적 정체성과 사회적 이동의 중요한 통로가 되어 왔다는 점이 다뤄진다.
여기에 가족과 공동체 네트워크도 중요하다. 한 가족에서 스포츠 선수가 나오면 어린 세대가 자연스럽게 스포츠를 접할 가능성이 커지고, 뉴질랜드·호주·미국의 체육 시스템을 통해 유망주가 전문적인 훈련을 받을 기회도 생긴다. 결국 사모아계 격투가들의 성공은 유전적 특징 하나로 설명하기보다는 사모아 문화의 공동체성, 럭비를 비롯한 접촉 스포츠의 전통, 이민 공동체의 네트워크, 해외 스포츠 시장으로 이어지는 진출 경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이건 여담이지만, 필자가 10여 년 전 길에서 우연히 사모안 혈통으로 보이는 폴리네시아계 남성이 싸우는걸 직접 본 적이 있었는데 한국에서 동네 아재들이 싸우는 것 과는 차원이 다르다...심지어 싸우던 상대가 키가 더 큰 백인이었는데 당시 사모안 형님 싸우는 스타일이 "니는 치려면 치고 말려면 말아라. 난 그냥 니 얼굴을 인수분해 할 것이다." 라는 마인드로 싸우고 집어던지고 장난 아니었다...이래서 괜히 전투민족이라는 소릴 듣는게 아닌가 싶구나 했다.
3. 사모아의 관광지와 여행 팁 — '남태평양의 원형'을 만나는 여행


사모아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대규모 리조트 관광지보다는 화산섬의 자연과 전통적인 폴리네시아 문화를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도 아피아를 중심으로 여행한다면 우폴루섬의 다양한 명소를 둘러볼 수 있다. 아피아 자체는 대도시는 아니지만 시장과 음식점, 문화시설 등이 모여 있어 사모아 여행의 거점으로 이용하기 좋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박물관이나 사모아 문화마을 등도 아피아에서 경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문화 관광지다.
우폴루섬에서 가장 유명한 자연 관광지 가운데 하나는 토수아 오션 트렌치(To-Sua Ocean Trench)다. 거대한 화산 지형에 만들어진 약 30m 깊이의 천연 수영장으로, 긴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맑은 바닷물에서 수영할 수 있다. 인근에는 열대식물과 해변이 어우러져 있어 사모아를 대표하는 사진 명소이기도 하다. 라로마누 해변(Lalomanu Beach) 역시 유명하다. 하얀 모래와 투명한 라군이 펼쳐지는 해변으로, 전통적인 비치 팔레에서 숙박하는 경험도 가능하다.
조금 더 자연을 탐험하고 싶다면 피울라 동굴 수영장(Piula Cave Pool)도 흥미롭다. 오래된 용암동굴에서 형성된 맑은 담수 풀로, 동굴 안쪽까지 들어가 볼 수 있다. 사바이이섬으로 넘어가면 분위기가 더욱 한적해진다. 대표적인 볼거리는 1905~1911년 화산활동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살레아울라 용암지대(Saleaula Lava Fields)다. 이곳에서는 용암에 둘러싸인 교회의 잔해 등 화산활동의 흔적을 직접 볼 수 있다.
여행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사모아의 전통적인 마을 문화를 존중하는 것이다. 마을에 들어갈 때는 지나치게 노출이 많은 옷을 피하고, 해변에서 수영복을 입었다면 마을로 이동하기 전에 옷을 갈아입는 것이 좋다. 마을이나 전통 가옥인 팔레에 들어갈 때는 현지인의 안내를 따르고, 사진을 찍기 전에는 허락을 구하는 것이 기본적인 예절이다. 마을 주변의 해변이나 라군도 공동체의 관습적 권리가 적용되는 경우가 있어 입장 전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이 일요일이다. 사모아에서는 일요일을 교회와 가족, 휴식을 위한 날로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많은 상점과 관광시설이 문을 닫는다. 여행 자체는 가능하지만 마을을 지날 때는 조용하고 천천히 이동하는 것이 권장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저녁 6~7시 사이에 'Sa'라는 기도 시간이 있어 종소리나 소라 나팔 소리가 들리면 마을을 통과하지 않는 것이 예의다. 이 때문인지 모르겠으나...마크헌트도 굉장히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다.
화폐는 사모아 탈라(Samoan Tala, SAT)를 사용하며, 아피아와 공항 등에서 환전이나 ATM 이용이 가능하다. 다만 관광청에서도 식사와 활동비 등을 위해 현금을 충분히 준비할 것을 권하고 있다. 결국 사모아 여행의 핵심은 단순히 '예쁜 바다를 보는 여행'에 그치지 않는다. 화산섬의 자연, 전통적인 마을, 공동체 문화, 폴리네시아의 역사와 생활방식이 함께 어우러진다는 것이 사모아만의 가장 큰 매력이다. 특히 관광객을 위한 시설만 둘러보기보다는 현지의 문화와 규칙을 존중하면서 여행한다면 사모아가 왜 남태평양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더욱 잘 느낄 수 있다.
필자도 한때 신혼여행지를 고를 때, 사모아가 후보지 중 하나였다. 결국엔 사정이 생겨 다른 곳으로 갔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씩 미련이 남는다...특히 내가 좋아하는 파이터와 관련이 있는 나라를 갔으면 하는 마음이 헌트가 은퇴한 지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각이 난다. 열심히 살아서 죽기 전에 언젠가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날이 올거라 믿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 해서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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