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현대 MMA에서 체급제가 만들어진 과정

by 사모안괴물 2026. 9. 28.

  오늘날 MMA를 보면 플라이급부터 헤비급까지 체급이 세분화되어 있고, 선수들은 경기 전 공식 계체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MMA의 시작부터 체급제가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초기 MMA는 서로 다른 체격과 무술을 가진 선수들이 체중에 관계없이 맞붙는 오픈웨이트(open weight) 방식에 가까웠다. 이후 선수 안전과 공정성, 스포츠로서의 제도화를 위해 체급이 만들어졌고, 2000년대 초반 통합 규칙이 자리 잡으면서 오늘날의 체급 체계가 탄생했다.

 

1. 체급이 없었던 초기 MMA ― "작은 선수가 큰 선수를 이길 수 있는가?"

 
 

  현대 MMA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먼저 체급이 없던 시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93년 11월 12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린 UFC 1은 8명의 선수가 참가한 토너먼트였는데,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체급제가 존재하지 않았다. 심판의 판정도 없었고, 타임아웃도 없었다. 말 그대로 서로 다른 무술의 실전성을 비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UFC 공식 역사에서도 UFC 1을 "체급이 없었던" 대회로 설명하고 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라이트급 선수와 헤비급 선수가 싸우면 안 된다"는 개념이 확립되어 있지 않았다. 따라서 체격 차이가 상당한 선수들이 한 토너먼트에서 만나는 일이 가능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브라질리언 주짓수의 호이스 그레이시였다. 비교적 작은 체격의 그레이시는 자신보다 훨씬 큰 선수들을 상대로 그래플링과 서브미션을 활용해 승리를 거두면서 MMA에서 기술이 체격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UFC 1에서 그레이시는 제라드 고르도에게 리어네이키드 초크로 승리하며 초대 토너먼트 우승자가 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방식에는 한계가 나타났다. 체격이 큰 선수는 같은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더 강한 힘과 체중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체중 차이가 수십 kg에 달하는 상황에서는 단순히 기술의 우열만으로 경기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또한 MMA가 대중적인 스포츠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선수의 안전을 보장하고 경기 조건을 일정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했다.

  이러한 변화는 MMA의 성격 자체를 바꾸었다. 초기에는 "어떤 무술이 가장 강한가?"라는 실험적인 성격이 강했다면, 점차 "비슷한 체격의 선수들이 종합격투기 기술로 경쟁한다"는 스포츠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체급제는 단순히 선수들의 몸무게를 나누는 제도가 아니었다. MMA가 격투 실험에서 벗어나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스포츠가 되기 위한 중요한 장치였다. 그리고 UFC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체급이 하나씩 도입되면서 현대 MMA의 기본적인 틀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는 MMA뿐만 아니라 복싱을 비롯한 격투기 분야에 모두 해당된다. 

2. UFC의 체급 도입과 변화 ― 공정한 경쟁을 위한 제도화

마크 콜먼(좌)와 댄 세번(우)
UFC 초대 헤비급 챔피언 마크 콜먼
 

  체급제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90년대 후반이었다. UFC 역시 처음에는 무제한급 토너먼트 형태로 대회를 개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선수 안전과 경기의 공정성을 고려해 체급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중요한 전환점 가운데 하나가 UFC 12였다. 1997년 열린 UFC 12에서는 처음으로 체급별 세계 챔피언이 등장했고, 마크 콜먼이 댄 세번을 꺾고 헤비급 챔피언에 올랐다. UFC 공식 역사에서도 UFC 12를 체급별 챔피언 제도가 시작된 시점으로 설명한다.

  이후 UFC는 체급을 계속 세분화했다. 라이트급과 미들급 등의 구분이 등장했고, 1997~1998년을 거치면서 웰터급과 라이트헤비급 등 여러 체급이 만들어졌다. 다만 이 시기의 체급 명칭과 기준은 오늘날과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당시의 체급 이름과 체중 제한은 지금과 다르게 운영됐으며, 대회가 열릴 때마다 규정이 조금씩 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즉, "체급제"라는 개념은 등장했지만 아직 현대 MMA의 체급 체계가 완성된 것은 아니었다.

  이러한 변화에는 MMA를 둘러싼 사회적·제도적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 초기 UFC는 지나치게 위험하고 규칙이 부족한 경기라는 비판을 받았고, 미국의 여러 주에서 대회 개최와 방송에 제약을 받기도 했다. 따라서 MMA가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체마다 제각각이었던 규칙을 통일할 필요가 있었다. 체급 역시 이러한 과정의 핵심 요소였다.

  체급을 나누면 선수들은 비슷한 체격의 상대와 경쟁할 수 있고, 각 체급마다 챔피언을 정할 수 있다. 이는 선수에게는 보다 명확한 경쟁 목표를 제공했고, 팬들에게도 "이 체급에서 가장 강한 선수는 누구인가?"라는 새로운 관심거리를 만들어냈다. 동시에 단체 입장에서는 여러 체급에 걸쳐 챔피언과 도전자, 라이벌 구도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스포츠의 지속적인 흥행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결국 1990년대 후반의 체급 도입은 MMA가 "무술 간의 대결"에서 "체급별 스포츠 경기"로 발전하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아직 단체와 지역에 따라 규정이 달랐다는 문제가 남아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바로 2000년 전후 등장한 통합 MMA 규칙(Unified Rules of MMA)이었다.

3. 통합 규칙과 현대적인 체급의 탄생 ― 오늘날 MMA의 기본 틀이 완성되다

UFC에서 현재 채택하고 있는 체급별 한계치 체중. 옛날 프라이드에서 보던 무제한급은 더이상 보기 어렵다.
 

  1990년대 후반까지 MMA에는 여러 가지 체급이 생겨났지만, 아직 오늘날처럼 통일된 체계가 완성된 것은 아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계기가 통합 규칙(Unified Rules of Mixed Martial Arts)의 등장이다. 뉴저지주 체육위원회와 여러 체육위원회, 대회 관계자들은 MMA를 일관된 스포츠로 규제하기 위해 규칙을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2001년 4월 3일에는 뉴저지주 체육위원회를 중심으로 여러 규제기관과 관계자들이 모여 통일된 MMA 규칙에 대해 합의했다.

  UFC는 2000년 11월 열린 UFC 28부터 통합 규칙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UFC 역시 이 대회를 현대 MMA 시대의 중요한 기준점으로 설명한다. 통합 규칙에는 체급뿐 아니라 경기 시간, 판정 방식, 반칙, 장비, 의료 규정 등 MMA 경기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가 포함됐다. 즉, 체급제는 독립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MMA 전체를 하나의 규격화된 스포츠로 만드는 과정 속에서 자리 잡은 것이다.

  특히 2001년 UFC 31에서는 체급 명칭과 체중 기준이 다시 정리됐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라이트급, 웰터급, 미들급, 라이트헤비급 등의 체계에 가까워졌다. 이후 다른 체급들도 점차 정비되면서 현대 MMA의 체급 구조가 만들어졌다.

  현재 UFC의 남성 체급을 예로 들면 플라이급 125파운드(약 56.7kg), 밴텀급 135파운드(약 61.2kg), 페더급 145파운드(약 65.8kg), 라이트급 155파운드(약 70.3kg), 웰터급 170파운드(약 77.1kg), 미들급 185파운드(약 83.9kg), 라이트헤비급 205파운드(약 93.0kg), 헤비급 265파운드(약 120.2kg) 등의 구분이 사용된다. 여성부에는 스트로급, 플라이급, 밴텀급, 페더급 등이 있다.

  이처럼 현대 MMA의 체급제는 한 번에 완성된 것이 아니다. 1993년의 무제한급 대결 → 1997년 전후 UFC의 체급 도입 → 2000~2001년 통합 규칙 제정 → 이후 체급 세분화와 국제적인 정착이라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체급제의 가장 큰 의미는 MMA의 경쟁 조건을 일정하게 만들었다는 데 있다. 물론 현대 MMA에서도 계체와 감량, 경기 당일 체중 차이 같은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적어도 초기 MMA처럼 체중 차이가 극단적으로 큰 선수들이 무작위로 맞붙는 구조는 크게 줄어들었다. 따라서 체급제는 단순한 체중 구분을 넘어, MMA가 안전성과 공정성을 갖춘 현대 스포츠로 발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제도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