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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a의 밑거름

삼보와 MMA: 러시아 격투기의 뿌리가 종합격투기에 미친 영향

by 사모안괴물 2026. 9. 30.

  필자가 MMA를 처음 접하던 2000년대 중반, 적어도 국내에서는 MMA 무대=프라이드였다. 아무래도 ufc가 지금처럼 메머드급 규모가 되기 전이기도 했고 당시 슈퍼스타들 상당수가 프라이드 무대에서 활약했으니...이를 견제하고자 ufc에서 자객으로 척리델을 보내서 알리스타 오브레임을 프라이드 무대에서 이기긴 했으나, 다음 경기였던 퀸튼 잭슨에게 맥없이 털리면서 데이나 화이트의 프라이드 침공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 시절 누가 인류 최강이냐? 하면 격투기 팬들은 주저없이 에밀리아넨코 효도르를 골랐을 것이다. 아마 이 시절에 격투기를 봤던 사람이면 절대 모를 수 없는 이름일 것이고, 항상 뒤따르던 수식어가 '60억 분의 1' 이었다! 당시 효도르의 신체스펙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키 183cm에 몸무게도 100킬로대 중후반 수준이었으니, 현대 mma로 치면 라이트헤비급(-93kg)에서 뛰어도 이상하지 않을 스펙이다.(참고로 ufc에서 미들급,라이트헤비급 챔피언을 지낸 알렉스 페레이라가 키 193cm에 평체가 113kg까지 나갔다)

  이런 효도르의 기본 베이스는 다름아닌 삼보였다. 삼보란, 러시아 무술 중 하나인데 러시아 특수부대인 스페츠나츠에서 필수적으로 배우는 무술이다. 효도르도 스페츠나츠 출신이고 또 다른 인물로는 세르게이 하리토노프가 있다. 현 시대에 삼보를 베이스로 하는 MMA파이터는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이슬람 마카체프 등이 있으며 삼보를 기반으로 성장한 선수들이 세계적인 MMA 무대에서 활약하면서 삼보의 가치가 더욱 널리 알려졌다. 다만 삼보 자체가 MMA와 동일한 종목은 아니며, 삼보의 여러 기술과 훈련 방식이 MMA에 효과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이해하는 것이 좋다.

1. 삼보란 무엇인가? 스포츠 삼보와 컴뱃 삼보의 차이

삼보는 헤드기어를 쓰고 정강이 보호대를 착용한 MMA라고 봐도 된다. 단, 유도처럼 한판승은 존재한다.

 

  삼보는 러시아어로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자기방어’라는 의미를 가진 SAMozashchita Bez Oruzhiya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삼보의 공식적인 탄생일은 1938년 11월 16일로 알려져 있으며, 여러 무술과 레슬링 체계를 연구하고 결합하면서 하나의 독자적인 격투 체계로 발전했다. 국제삼보연맹(FIAS)의 역사 자료에서도 바실리 오셰프코프, 빅토르 스피리도노프, 아나톨리 하를람피예프 등이 삼보 형성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로 소개된다.

  삼보를 이해할 때 중요한 것은 스포츠 삼보(Sport SAMBO)와 컴뱃 삼보(Combat SAMBO)를 구분하는 것이다. 스포츠 삼보는 기본적으로 던지기와 관절기 등을 중심으로 하는 그래플링 종목이다. 유도와 레슬링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면서도 특유의 다리 관절기와 다양한 테이크다운 기술을 발전시켰다는 점이 특징이다. 반면 컴뱃 삼보는 타격이 허용되기 때문에 MMA와 훨씬 가까운 형태를 가지고 있다. FIAS 역시 현재 스포츠 삼보와 컴뱃 삼보를 별도의 종목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각각 국제 규칙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컴뱃 삼보의 존재는 삼보가 MMA 선수들의 훈련 기반으로 활용되기 좋은 이유를 보여준다. 상대를 넘어뜨리는 레슬링과 유도 계열의 기술, 넘어뜨린 뒤의 그라운드 기술, 관절기와 함께 타격을 연계하는 훈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컴뱃 삼보와 MMA의 규칙은 같지 않다. 예를 들어 실제 MMA에서는 케이지를 활용한 레슬링, 파운딩, 포지션 싸움, 그라운드 앤 파운드 등 삼보 경기와 다른 요소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삼보 선수가 MMA로 전향하면 자신의 삼보 기술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복싱·킥복싱·레슬링·주짓수 등을 추가하면서 종합적인 MMA 기술체계로 발전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결국 삼보의 가장 큰 특징은 타격과 그래플링을 서로 분리하지 않고 격투라는 하나의 틀 안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성격은 현대 MMA가 요구하는 종합적인 능력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

 

2. 삼보는 MMA에서 어떻게 활용되는가?

  삼보가 MMA에서 특히 강력하게 활용되는 부분은 테이크다운과 전환 능력이다. 삼보에서는 상대를 단순히 넘어뜨리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던지기 이후 상대의 움직임을 계속 연결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MMA에서는 이 능력이 매우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상대를 케이지 쪽으로 몰아붙인 뒤 태클이나 트립으로 넘어뜨리고, 곧바로 상위 포지션을 확보해 파운딩이나 서브미션으로 이어가는 과정이 대표적인 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삼보 특유의 다리 관절기다. MMA에서도 레그락과 힐훅을 비롯한 하체 관절기가 중요한 무기가 됐는데, 삼보 역시 전통적으로 다리와 발목을 공격하는 관절기 기술이 발달해 있다. 다만 현대 MMA의 레그락 시스템은 브라질리언 주짓수와 노기 그래플링 등의 영향을 받아 매우 세분화됐기 때문에, 삼보 선수라고 해서 자동적으로 현대적인 레그락 게임에 완벽하게 적응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삼보의 기술적 기반 위에 현대 MMA 그래플링을 추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삼보의 또 다른 강점은 타격과 그래플링 사이의 연결이다. 컴뱃 삼보에서는 타격이 허용되기 때문에 상대의 펀치를 의식하게 만들면서 테이크다운으로 전환하거나, 반대로 테이크다운 위협을 이용해 타격 기회를 만드는 사고방식을 익힐 수 있다. MMA에서도 이 연결은 핵심이다. 예를 들어 상대가 태클을 경계하면 스트레이트나 킥을 맞힐 공간이 생기고, 반대로 상대가 타격에 집중하면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빕 누르마고메도프가 대표적인 사례다. 하빕은 어린 시절부터 레슬링과 유도를 배웠고 이후 컴뱃 삼보에서 두 차례 세계 챔피언에 올랐다. UFC 공식 프로필에서도 그가 두 차례 러시아 컴뱃 삼보 챔피언과 두 차례 세계 삼보 챔피언 타이틀을 보유했다고 소개한다. 하지만 하빕의 UFC 경기력을 단순히 ‘삼보 기술’이라고만 설명하는 것은 부족하다. 그는 삼보와 레슬링을 바탕으로 케이지 레슬링, 상위 포지션 유지, 파운딩, 서브미션을 결합했다. 이것이 바로 삼보가 MMA에서 활용되는 대표적인 방식이다. 삼보가 MMA의 완성형은 아니지만, MMA를 구성하는 중요한 재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3. 대표적인 삼보 출신 MMA 파이터들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이슬람 마카체프

 

  앞서 언급한 대로, 삼보와 MMA의 관계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역시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와 에밀리아넨코 효도르다. 두 선수는 모두 삼보를 세계적인 MMA 팬들에게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빕은 다게스탄 출신으로, 아버지 압둘마납 누르마고메도프의 지도 아래 레슬링과 유도, 삼보 등을 수련했다. 본인의 공식 사이트에서도 2005년 삼보를 시작했고 러시아 챔피언과 두 차례 컴뱃 삼보 세계 챔피언에 올랐다고 소개한다. UFC에서도 그의 삼보 경력을 공식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후 MMA에서는 압도적인 테이크다운과 상위 포지션 장악력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삼보·레슬링 기반을 UFC 스타일로 발전시켰다.

  효도르는 헤비급에서 삼보의 강점을 보여준 대표적인 선수다. FIAS 명예의 전당 자료에 따르면 효도르는 컴뱃 삼보 세계선수권 4회 우승과 러시아 선수권 7회 우승 경력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유도와 복싱 등 다른 종목의 경험도 쌓았으며, MMA에서는 강력한 펀치와 테이크다운, 그라운드 기술을 결합했다. 특히 PRIDE FC에서 보여준 경기 스타일은 삼보 기반의 그래플링과 복싱을 MMA라는 환경에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최근 세대에서는 이슬람 마카체프 역시 중요한 선수다. FIAS는 마카체프를 세계 컴뱃 삼보 챔피언 출신으로 소개하며, 하빕과 마찬가지로 삼보를 기반으로 MMA 정상급 선수로 성장한 사례로 설명한다. 마카체프는 삼보와 레슬링을 기반으로 테이크다운, 케이지 컨트롤, 상위 포지션, 서브미션을 연결하는 현대적인 MMA 그래플링을 보여준다.

또 다른 사례로는 메랍 드발리시빌리를 들 수 있다. FIAS에 따르면 그는 2019년 세계 컴뱃 삼보 선수권에서 은메달을 획득했고, 2024년 미국 전국 컴뱃 삼보 대회에서는 금메달을 차지했다. 즉 삼보는 특정 시대의 선수들에게만 국한된 기반이 아니라 지금도 MMA 선수들이 활용하는 격투 종목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효도르가 삼보 기반 MMA의 초창기 세계적 상징이었다면, 하빕과 마카체프는 다게스탄식 레슬링·삼보 시스템을 현대 UFC에 정착시킨 대표적인 사례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삼보 기술을 MMA에 그대로 옮겨온 것이 아니라, 삼보를 출발점으로 레슬링·복싱·주짓수·케이지 컨트롤 등을 결합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