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마크헌트를 좋아한다고 했지만 꼭 배워보고 싶은 운동을 고르라 하면 레슬링과 씨름을 꼽는다. 사실 씨름은 초등학생 때 취미생활로 1년정도 했지만 주말에만 가서 한 수준이라 제대로 했다고 보긴 어렵고...레슬링은 2020년에 두 달 정도 했지만 당시 코로나로 인해 체육관이 강제로 임시휴업하게 되면서 흐지부지된 기억이 있다ㅠㅠ어차피 당시 나이가 30초반이었으니 제대로 배워도 목이며 관절이며 허리며 멀쩡했을거란 보장이 없지만...
아무튼 본인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전문가들도 그러고 실제로 ufc를 보면 수많은 무술가들이 즐비하지만 옥타곤이라는 공간 안에서 1대1로 붙는 상황에서 레슬링이 없이 최고가 되는건 사실상 불가능이나 다름없다. 사실 인간의 본능이라는게 화끈하게 치고받고 하는걸 좋아하고 실제로 이러한 선수들이 인기가 많지만(반대로 실력은 완벽하지만 레슬링으로만 달라붙어서 재미없는 개비기 판정승만 하는 선수들도 있긴하다. 조만간 10월에 아부다비에서 경기할 모브사르 에블로에프처럼...) 챔피언이 될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레슬링이라는건 이견이 없을 것이다.
특히 이 레슬링은 크게 그레코로만형과 자유형으로 나눠지는데, 알 사람들은 알겠지만 둘의 스타일엔 큰 차이가 있다. 바로 허리 아랫부분을 잡을 수 있냐의 차이인데, 그레코로만형은 허리 윗 부분을 잡기 때문에 클린치에 특화된 케이스인 반면에, 자유형은 말그대로 전신을 다 잡아서 넘길 수 있다. 전자의 대표적인 인물은 존존스, 랜디커투어, 댄헨더슨 등이 있고 후자의 인물은 헨리 세후도(이 양반은 무려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다!), 요엘 로메로, 다니엘 코미어, 브록레스너 등이 있다.
이렇게 얘기하면 반론을 제기할 사람들도 있을거 같지만...개인적으로 무술 중 1대1은 레슬링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물론 인자강이라는 전제하에...어쨌든 ufc에서 가장 기본적인 무술이라 할 수 있는 레슬링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왜 mma에서 레슬링이 강력한 무기인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1. 레슬링의 기본 룰과 경기 방식

레슬링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는 상대를 제압하고 양쪽 어깨가 매트에 닿은 상태로 통제하는 ‘폴(Fall)’을 만들어 경기를 끝내거나, 경기 종료 시까지 더 많은 기술 점수를 얻는 것이다. 국제 레슬링은 United World Wrestling, 즉 UWW의 규칙을 기준으로 운영됩니다. 현재 시니어 경기는 기본적으로 3분씩 2피리어드, 중간 휴식 30초로 진행된다.
레슬링에서는 단순히 상대를 넘어뜨리는 것만으로 승부가 결정되지 않는다. 상대의 몸을 어느 정도 통제했는지, 등을 매트 방향으로 노출시켰는지, 어떤 방식으로 던졌는지 등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는데 대표적으로 테이크다운은 2점, 상대의 등을 위험한 각도로 노출시키는 동작 역시 2점의 가치가 있으며, 서 있는 상태에서 상대를 크게 던지는 기술은 4점, 매우 큰 진폭의 고난도 던지기는 5점까지 인정될 수 있다.
또 하나 알아둘 부분이 기술적 우세인데 일정한 점수 차이가 벌어지면 경기를 끝낼 수 있어서 현재 UWW 기준으로 그레코로만형은 8점 차, 자유형은 10점 차가 나면 기술적 우세로 승리한다. 물론 상대의 두 어깨를 매트에 고정하는 폴이 나오면 점수 차와 관계없이 경기가 종료되는견 별개고...
레슬링은 겉보기에는 단순히 상대를 넘어뜨리는 스포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손싸움, 중심 싸움, 거리 조절, 체중 이동, 균형, 타이밍이 모두 중요한데 이는 상대의 목이나 팔을 잡고 움직임을 제한한 뒤 순간적으로 중심을 무너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레슬링에서는 상대가 공격을 시도했을 때 방어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따라서 레슬링을 볼 때는 단순히 "누가 넘어졌느냐"보다 누가 상대의 균형과 움직임을 통제하고 있느냐를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기본 원리는 이후 MMA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갖게 된다.
2. 그레코로만형 vs 자유형, 무엇이 다를까?

그레코로만형은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상체 싸움이 중심이다. 상대의 몸통을 감싸는 바디락, 언더훅, 오버훅 등의 그립 싸움을 통해 상대의 중심을 흔든 뒤 들어 올리거나 회전시켜 던지는 기술이 중요한데 특히 상대를 허리 위에서 잡고 크게 들어 올려 매트에 떨어뜨리는 고난도 기술이 그레코로만형의 대표적인 장면이다. 다리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상체의 힘과 균형 감각, 몸통을 이용한 회전력이 굉장히 중요한데. 쉽게 표현하면 ‘상체로 상대의 중심을 빼앗는 레슬링’에 가깝다.

반면 자유형에서는 공격 범위가 훨씬 넓다. 대표적인 기술이 상대의 한쪽 다리를 잡는 싱글렉과 양쪽 다리를 동시에 공격하는 더블렉 등이 여기에 해당되며 상대의 발목을 잡는 앵클 픽, 다리와 상체를 연계하는 다양한 테이크다운도 사용할 수 있다. 자유형에서는 공격자가 낮은 자세로 상대의 다리를 향해 빠르게 들어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상대 역시 스프롤을 사용해 다리를 뒤로 빼고 체중을 공격자에게 실어 방어할 수 있다. 따라서 자유형 레슬링은 공격과 방어가 빠르게 반복되기 때문에 특유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나타난다.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은 두 종목 모두 궁극적인 목표는 상대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통제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점은 같다. 다만 그레코로만형은 상체 중심, 자유형은 상체와 하체를 모두 활용한다는 차이가 있으며, 이 차이는 MMA에서도 상당히 중요하다. MMA에서는 다리 공격이 가능한 자유형 레슬링의 기술들이 직접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레코로만형에서 발전한 클린치, 언더훅, 바디락, 상체 던지기 역시 케이지를 활용한 싸움에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는데 존존스가 이러한 기술들을 기가 막히게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물론 약물 전과가 화려하기 때문에, 고트라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
3. 레슬링이 MMA에서 강력한 이유


레슬링이 MMA에서 강력한 가장 큰 이유는 상대와의 싸움이 어디에서 벌어질지를 결정하는 능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MMA에서는 상대가 타격을 원한다고 해서 반드시 타격전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 생각해보자. 상대방 타격이 나보다 월등한데, 내가 굳이 주먹으로 맞서서 싸울 필요가 있나? 반대로 내가 레슬링을 훨씬 잘한다? 그러면 무조건 테이크다운으로 넘겨서 악어가 육지동물을 물고 늘어져 물가로 끌고 가듯이 그라운드로 데려가면 된다. 레슬링 능력이 뛰어난 선수라면 상대가 펀치를 준비하는 순간 거리를 좁혀 테이크다운을 시도할 수 있고, 반대로 상대가 테이크다운을 의식하면 자세가 낮아지고 공격적인 펀치나 킥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다시 말해 UFC의 기술 분석에서도 테이크다운 위협 자체가 상대의 타격 전략과 거리 조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설명된다. 극단적인 레슬러vs스트라이커의 경기는 찾아보면 많지만 UFC200에서 벌어진 브록레스너vs마크헌트의 경기를 보면 알 수 있다.(사실 헌트가 극단적인 스트라이커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레슬러로 빙의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MMA에는 일반 레슬링 경기장에는 없는 케이지(옥타곤)가 존재한다. 이 케이지는 레슬러에게 상당히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는데 상대를 케이지 쪽으로 몰아놓으면 상대가 뒤로 물러날 공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 상태에서 언더훅이나 바디락을 잡고 상대의 움직임을 제한하거나, 더블렉과 싱글렉을 연결해 테이크다운을 시도할 수 있다. 과거 프라이드는 케이지가 아닌 링이었기 때문에 레슬러들이 이러한 특성을 써먹기가 어려웠다. 그러니 테이크다운 디펜스 잘하는 타격가였던 크로캅의 전성기가 이 시절이기도 했고...
또 하나의 장점은 테이크다운 이후의 컨트롤이다. MMA에서는 단순히 상대를 한 번 넘어뜨리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상대가 다시 일어나려고 할 때 엉덩이와 다리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케이지를 등지게 한 뒤 계속 압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체력 소모가 보통 큰게 아니다. 악으로 깡으로 힘으로 압박에서 벗어난다 하면 물에 젖은 상태로 마라톤을 하는것 마냥 체력이 쭉쭉 떨어지기 일쑤인데 이를 기술적으로 커버하는게 레슬링의 균형 감각과 압박 능력이다. 현대 mma에서 이를 기막히게 잘하는 대표적인 선수들이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이슬람 마카체프, 캄잣 치마예프같은 다게스탄 출신의 선수들이다. (물론 치마예프는 체첸 출신이지만 비슷한 캅카스 산맥 출신이기에)
여기에 MMA에서는 레슬링이 타격과 연결되는데, 예를 들어 선수가 강한 더블렉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대는 테이크다운을 막기 위해 다리를 빼고 자세를 낮출 수 있다. 그러면 이 타이밍에 레슬러는 오히려 그 반응을 이용해 펀치나 킥을 연결할 수 있는데 코너 맥그리거vs하빕 누르마고메도프 경기를 보면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레슬러를 좋아해서 그런지, 이 경기는 잊을 만 하면 지금도 챙겨본다)
결국 MMA에서 레슬링의 핵심은 "상대를 잘 넘어뜨린다"에만 있지 않다. 상대가 서 있을지, 케이지에 있을지, 바닥에 있을지, 그리고 어느 위치에서 싸울지를 끊임없이 선택하게 만드는 능력에 있는데 이를 결정하는 열쇠가 바로 레슬링이다! 그래서 현대 MMA에서 레슬링은 하나의 독립적인 기술이라기보다 타격과 주짓수를 연결하는 중심축으로 볼 수 있다. 좋은 레슬러는 상대의 공격을 방어하는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위치로 싸움을 가져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타격과 그라운드 기술을 모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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